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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나

생일떡..

8월 중순이 지났지만 열기가 식지 않는다..
해야될 일은 많고 혼자서 잘 되지않는 오후
피곤이 몰려오는데..
어머니 전화가 온다
저번처럼 또 소주한잔 먹고 넋두리 푸는건 아닐지..
순간 받을까 말까..하다 퉁명스럽게 왜요 했다.
아들 생일이 다가오네~
목요일 좋아하는 나물해놓을테니 와서 가져가라..
 
어머니 집에가니
꽃게 두마리, 좋아하는 삼색나물, 떡을 손수 만드셨다고
바리바리 넣어주셨는데 어릴때 내가 좋아 했던거..
난 그냥 사춘기 소년마냥 시큰둥하다.
 
집에와 와이프한테 정리하라고 던져두고
무심히 떡을 보다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떡은 어머니 지문까지 보일정도로
꾸역꾸역 모양을 낸모양이다.
한입 먹어보니 생각보다 맛있다..
 
떡을 씹다 어릴때 생각이 불현듯 난다.
장독 시루에 포를 깔고 찹쌀을 담고 팥을 올리고 장작불을 조절해가며
팥시루떡을 만들던 어머니 옆에 쪼그려 앉아
하얀 밀가루 반죽으로 김새지말라고 붙여논걸 얻어 먹곤 했다.
 
이제 여든이 가까워져 오는 어머니 음식을
온전한 정신이 있을때까지 
언제까지 먹어볼 수 있을까..
영원할것같던 부모와 자식간의 인연도 언젠가는 끝이 있는데
떡을 씹다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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